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이미 지난 7월 17일 북미에서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는 8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리 원작 <오디세이아>와 비교해보면 좋을 관람 포인트, 실제 각색에서 달라진 지점, 그리고 해외에서 갈린 호평과 혹평을 정리해봤다.
관람 포인트 — 원작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지점들
가장 먼저 기억해두면 좋은 건 러닝타임과 촬영 방식이다. 이번 작품은 172분에 달하며,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처음으로 전체 분량을 IMAX 필름 카메라로, 그것도 풀프레임(1.43:1) 비율로 촬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등급은 폭력성 때문에 R등급, 즉 18세 이용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건 원작 <오디세이아> 자체가 이미 비선형적인 구조를 가진 서사시라는 점이다. 원작은 오디세우스가 왕좌를 비운 지 오래된 시점, 그러니까 이야기의 중반부쯤에서 시작해 그가 칼립소의 섬에 갇혀 있는 상황부터 보여주고, 이후 그의 과거 모험담을 회상 형식으로 풀어놓는다. 한 해외 매체는 이 구조 자체가 마치 <인셉션>에서 코브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고 짚었는데, 애초에 놀란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원작의 서사 구조가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니 극장에 가기 전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를 훨씬 편하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원작에 등장하는 섬과 사건들이 상당 부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졌다고 하니, 앞서 정리했던 키클롭스, 세이렌, 스킬라와 카립디스 같은 에피소드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관람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원작과 달라진 점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트로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이다. 원작에서는 이미 끝난 전쟁을 회상과 이야기로만 전달하는 반면, 영화는 트로이 목마 안으로 관객을 직접 데려가 전쟁의 참혹한 학살 장면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그리스군이 아테나 여신상을 훼손하는 장면이 이후 오디세우스를 따라다니는 죄책감의 이미지로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도 원작에는 없는 각색이다.
또한 원작 속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준 바람 자루 에피소드와, 오디세우스를 마지막으로 도와 귀향시키는 파이아케스족 이야기는 영화에서 아예 삭제됐다.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족 라이스트리곤족은 원작과 달리 거대한 갑옷을 두른 전사들로 재해석됐고, 몇몇 에피소드는 서로 합쳐지거나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인물과 줄거리로 대체됐다고 한다. 대사 역시 상당히 현대적으로 바뀌었는데,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해변에서 10년을 보낸 것에 대해 거친 욕설 섞인 불평을 늘어놓거나, 텔레마코스가 부모를 그냥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캐스팅 면에서도 원작과 달라진 지점이 있다. 루피타 뇽오가 트로이의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 두 역할을 동시에 맡았는데, 원작에서는 배다른 자매인 두 사람이 영화에서는 쌍둥이 자매로 설정이 바뀌었다. 이 캐스팅은 원작 속 헬레네의 인종을 바꾼 결정이라 공개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낳기도 했다. 영화 속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을 촉발시킨 인물이라는 '수치의 표식'으로 얼굴에 커다란 흉터를 지니고 등장한다는 점도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다.
해외 평단의 호평
해외 반응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로튼토마토에서 345개 리뷰를 기준으로 95%의 신선도 점수를 기록하며, <다크 나이트>와 <메멘토>를 제치고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역대 최고 평점을 세웠다. 관객 평점은 이보다도 높은 97%에 달한다고 한다.
개별 평가들도 호평 일색에 가깝다. 로튼토마토에 소개된 리뷰들을 보면, 시애틀타임스는 이 영화에 몸을 맡기면 놀라운 여정이 될 것이며 맷 데이먼의 연기가 결말부에서 초월적인 경지에 이른다고 평했다. 에스콰이어는 거장들이 한데 모여 2800년 된 이야기에 인상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극찬했다. 로튼토마토 총평 역시 이 작품이 거대한 앙상블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신화에 원초적인 인간적 감정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한다. 흥행 성적도 호평에 걸맞았는데, 약 2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만 2억 6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새로 썼다.
비판과 남은 논쟁
물론 모든 평가가 만점은 아니었다. 더필름스테이지의 평론가 닉 뉴먼은 이 영화의 순수 IMAX 촬영 방식을 두고, 렌즈 선택의 유연성을 유지한다는 감독의 주장이 실제로는 설득력 있게 구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크린스페이스의 사이먼 포스터는 5점 만점에 4점을 주면서도, 영화가 인간적인 이야기로서는 항상 온전히 와닿지는 않는다고 평했다. 한 종교색이 짙은 매체는 영화가 원작 속 신들의 존재감을 대폭 덜어내고 영웅들의 위상도 낮췄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는 특정 매체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평가라 다른 리뷰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캐스팅을 둘러싼 논쟁도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한 루피타 뇽오의 헬레네 캐스팅과,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시논 역 캐스팅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성향이 짙은 일부 그룹의 반발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로튼토마토 비평가 점수와 관객 점수가 극히 높은 것과 달리, 티켓 구매 인증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10점 만점에 5.1점으로 상당히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평점 사이트별로 검증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온도차로 해석되고 있다. 17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역시, 취향에 따라서는 다소 벅차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으로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