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연쇄살인범의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간 두 요원
1977년, FBI 요원 홀든 포드(조나단 그로프)는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살인 사건들 앞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당시 늘어나고 있는 '이유 없는 범죄'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게다가 이런 범죄들을 예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동료 빌 텐치(홀트 매캘러니)와 함께 이미 수감되어 있는 연쇄살인범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며 그들의 심리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여기에 심리학자 웬디 카(애나 토브)까지 합류하며 세 사람은 FBI 행동과학부의 초기 프로파일링 체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이들이 실제 수감된 연쇄살인범들과 나누는 인터뷰 장면을 극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에드먼드 켐퍼, 리처드 스펙 등 실존 살인범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자신의 범행 동기와 심리를 소름 끼칠 만큼 담담하게 풀어놓고, 홀든과 텐치는 이 대화들을 통해 조금씩 범죄 심리 프로파일링의 틀을 완성해간다. 그러나 살인자들의 세계에 깊이 파고들수록 이들 역시 서서히 그 어둠에 잠식되어가고, 특히 시즌이 진행될수록 홀든 스스로가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을 혐오하면서도 점점 닮아가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리뷰 – 자극 없이도 이렇게 소름 끼치는 드라마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이렇게 오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범죄 스릴러라고 하면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추격전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자극적인 연출을 거의 배제한 채 오로지 인터뷰실에 앉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에드먼드 켐퍼는 살인마답지 않은 매우 친근하고 젠틀한 말투와 태도, 배려심 깊은 행동은 이 사람이 살인마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면서도, 담담하게 공허한 눈으로 자신의 범행을 설명하는 장면은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등장하는 장면들은 배우의 표정과 말투, 그리고 카메라가 그를 담아내는 거리감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는데, 화면 안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데도 계속 숨죽이게 되는 그 연출력이 정말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지점은 홀든이라는 인물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순수한 학구열과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이해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그의 연구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들과 닮아가는 모습으로 변질되는 게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입체적으로 파고드는 드라마는 흔치 않았기에, 끝까지 보고 난 뒤에는 상당히 묵직한 여운이 남았다.
소름돋는 인터뷰들과 동시에, 현대에 와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 기법을 창조해내고, 배워가며 범인을 잡는데 실제로 활용하려는 요원들의 고군분투와 의지력은 인상깊다. 그러면서 통쾌함도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찜찜함을 남기는 결말은 내며 인물들의 혼란과 현실의 어려움, 범인의 치밀함 등이 그대로 느껴지게 하며 많은 여운을 남긴다.
실제 사건과의 차이점 –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화 그대로는 아니다
<마인드헌터>는 존 더글러스와 마크 올셰이커가 함께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지만, 극의 몰입도를 위해 여러 지점에서 각색을 거쳤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주요 인물들의 설정이다. 주인공 홀든 포드는 실존 인물인 존 더글러스를 모델로 하지만, 극 중 그가 보이는 사회성 부족이나 대상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는 위태로운 성향은 실제 더글러스보다 상당 부분 극적으로 각색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파트너 빌 텐치 역시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실존 프로파일러 로버트 K. 레슬러를 모델로 삼고 있는데, 실제 레슬러는 더글러스보다 여덟 살 연상으로 선배이자 스승에 가까운 관계였던 반면,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훨씬 대등한 파트너 관계로 그려진다.
시간적 배경 역시 압축된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실제 FBI 행동과학부의 프로파일링 체계는 여러 해에 걸쳐 수많은 사건과 인터뷰가 누적되며 서서히 완성되어간 결과물이지만, 드라마는 이를 몇 개의 시즌 안에 극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극 중 등장하는 데니스 레이더, 즉 BTK 킬러의 에피소드도 흥미로운 지점인데, 실제로 이 인물이 검거된 것은 2005년으로 극의 주요 시간대인 1970년대 후반에서 훨씬 이후의 일이다. 드라마는 그의 존재를 시청자에게만 미리 암시하는 별도의 서브플롯으로 배치해 극적 긴장감을 더했을 뿐, 실제로 홀든과 텐치가 당시 이 사건에 직접 관여했던 것은 아니다. 결국 <마인드헌터>는 실존 인물과 사건들을 뼈대로 삼되, 그 위에 극적 재구성과 상상력을 촘촘히 덧입힌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