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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의 '오디세이' 관람 후기 — 신화 한 편을 직접 전해 듣는 기분

by pressp 2026.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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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영화는 대부분 오디세우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야기는 그가 칼립소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한 섬에서 시작한다. 오디세우스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무언가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고, 그가 서서히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동시에 영화는 귀환하지 않는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왕비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도 함께 보여준다. 왕을 잃은 이타카에서 두 사람은 고군분투하지만, 왕비에게 몰려드는 수많은 구혼자와 권세가들 사이에서 점점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바다에서 온 사람들'의 위협까지 다가오면서, 이타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왕의 부재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기억을 잃은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의 도움으로 조금씩 과거를 되찾아간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자신의 묘수,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귀향의 여정을. 10년에 걸친 긴 전쟁으로 귀향을 향한 그와 병사들의 갈망은 이미 절정에 달해 있었다. 마침내 귀향길에 오르지만, 오디세우스 일행은 외눈박이 괴물, 갑옷을 두른 거인족, 마녀들을 차례로 마주하며 수많은 이들을 잃는다. 마녀에게 조언을 구하고 예언자와 망자들의 이야기까지 들으며 병사들과 함께 귀향하려 애쓰지만, 결국 폭풍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 칼립소가 있는 섬으로 표류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신중하게 동태를 살피며 아들을 구해내고, 궁에 모인 구혼자들을 물리친 뒤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귀환을 완성한다. 결말부에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이타카를 떠나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기로 한다.

리뷰

마치 어릴 적 누군가가 직접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신화 한 편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드는, 놀라운 영화였다. 이미 기억을 잃은 채 칼립소와 함께 살아가며 과거를 조금씩 되찾아가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오디세우스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타카에 남겨진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안타까움까지 자아낸다. 이렇게 순식간에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전개되는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가 겪는 사건들은 흥미진진하게 관객을 빨아들인다.

갑자기 등장해 압도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외눈박이 거인의 식인 장면,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풀 플레이트 아머 차림의 거구들, 여행자에게 음식을 건네며 그를 동물로 변형시켜버리는 마녀, 죽음에서 되살아난 망자들까지, 영화를 채우는 신화적 존재들은 그야말로 완벽한 비주얼로 구현됐다. 동시에 펼쳐지는 광활한 바다와 풍경 같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격렬한 사건들 사이에서 이야기의 호흡을 환기시켜준다.

서사적으로도 매우 꼼꼼하고 완성도가 높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바다 민족'의 존재와 '제우스의 법',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아테나와 아테나의 여사제,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폭풍을 통해 오디세우스를 응징하는 포세이돈의 존재, 10년간 이어진 전쟁과 귀향 후 살해당한 아가멤논의 이야기까지,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저마다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지점에서 놀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이야기 구성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맷 데이먼과 그의 아내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반 아테나 여신 역을 맡은 젠데이아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후반부에 가서 그녀가 사실 트로이에서 오디세우스 앞에서 죽임당한 아테나의 여사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어색함마저 이해가 됐다. 이 밖의 조연들의 캐스팅도 모두 어색함 없이 각자의 자리에 잘 맞아떨어졌다.

마무리하며

이렇게 원작을 미리 훑어보고, 해외 평단과 관객 반응까지 살펴본 뒤 직접 극장에서 확인한 <오디세이>는 그 모든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는 영화였다. 원작의 방대한 에피소드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오디세우스 개인의 상실과 기억이라는 감정선으로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낸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신화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도 낡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건, 결국 놀란 감독이 이 서사시를 그저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상실과 귀환, 그리고 기다림의 이야기로 읽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 편으로 꼽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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