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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 열등감과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

by pressp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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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12부작 토일 드라마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의 차영훈 감독이 다시 만났고, 구교환과 고윤정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계를 배경으로, 잘나가는 동료들 사이에서 홀로 뒤처진 인물이 시기와 질투, 자기 연민으로 무너져가다가 서서히 자신의 가치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상파 시청률 자체는 최고 5.3%에 머물렀지만,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스트리밍에서는 확실한 화제성을 입증했다.

줄거리

황동만(구교환)은 대학 시절 함께 영화를 만들던 동아리 '8인회' 멤버 중 한 명으로, 20년째 데뷔조차 하지 못한 만년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은 하나둘 감독으로, 제작자로,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데 자신만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이 그를 서서히 갉아먹는다. 존재감이 지워지는 것이 두려운 그는 늘 과도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남들을 앞질러 비판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런 동만의 삶에 영화사 기획PD 변은아(고윤정)가 나타난다. 은아는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유기 공포'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진 두 사람은 우연히 얽히게 되고, 서로의 열등감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조금씩 상대방 안에 있는, 그리고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가치를 재발견해나간다.

두 사람의 이야기 곁에는 8인회의 다른 멤버들이 함께 자리한다. 재능은 있지만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는 영화감독 박경세(오정세), 냉철해 보이지만 남편과 옛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영화사 대표 고혜진(강말금) 부부, 그리고 한때 함께 영화를 꿈꿨지만 지금은 용접공으로 살아가는 동만의 형 황진만(박해준)까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는 아닐지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극은 이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결국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껴안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동만과 은아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동시에 8인회 전체가 함께 회복해가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리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동만이 영화사 대표 최동현을 찾아가 그동안 쌓인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이다. 무시당해온 설움이 폭발하며 "앞으로 난 어마어마해질 거다"라고 외치는 이 장면은,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고 과대망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좋았던 이유는, 이 대사가 허세가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을 지우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온 사람의 가장 솔직한 비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20년째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붙잡을 수 있는 게 그런 허황된 다짐뿐이라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움과 동시에 아프게 다가왔다.

또 하나 좋았던 지점은 동만이 옥상에서 이름을 외치는 장면이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허공에 던지듯 외치는 그 장면은, 단순한 감정 분출을 넘어 "내가 여기 있다"는 존재 증명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동만의 캐릭터 자체가, 자기 존재를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사람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물을 밉게만 그리지 않고, 그 안에 있는 두려움까지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이 드라마가 단순한 코미디나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이 드라마는 보고 나서 계속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대사 하나하나가 문학적으로 다듬어져 있어서, 어떤 장면은 대사를 몇 번이고 되감아 듣고 싶어질 정도였다. 동시에 그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가 배우의 입을 통해 나올 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이건 이 드라마를 향한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그 어색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열등감과 자기혐오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잘 다뤄지지 않는 감정을 이렇게 정직하게 파고든 드라마는 흔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논쟁이 된 결말, 촌스러움을 정면으로 택하다

이 드라마를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 중 하나는 결말의 방식이다. 극이 끝날 무렵, 동만과 은아뿐 아니라 8인회 멤버들과 주변 인물들 전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되고 화해하는, 이른바 "모두가 잘 되었습니다" 식의 결말로 마무리된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결말이 다소 순진하고 고루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냉소와 현실적인 씁쓸함이 익숙한 요즘 드라마 문법에 비춰보면, 모두가 구원받는 결말은 확실히 예상 밖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결말을 오히려 이 작품이 끝까지 밀어붙인 가장 과감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목부터가 '동만과 은아가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아니라 '모두가' 싸우고 있다는 것이었던 만큼, 마지막에 회복되어야 할 사람도 두 주인공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냉소가 세련됨처럼 소비되는 시대에 모두가 사이좋게 화해하는 결말을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가장 촌스럽고 가장 어려운 선택이라는 평가다. 이 시각에 따르면 이 드라마가 말하는 구원이란 두 사람이 서로만 끌어안고 세상과 단절되는 형태가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흘러넘쳐 주변 공동체 전체를 물들이는 방식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 결말 논쟁 자체가 이 드라마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열등감과 무가치함이라는, 결코 산뜻하게 해소되지 않는 감정을 다루면서도 마지막에는 의도적으로 다정한 세계를 선택한 것. 그 선택이 다소 순진해 보일지언정, 오히려 냉소적인 결말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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