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원제: Every Secret Thing)은 2014년 미국에서 공개된 범죄 스릴러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온 에이미 J. 버그의 첫 극영화 연출작이며, 로라 리프먼이 2004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이앤 레인, 엘리자베스 뱅크스, 다코타 패닝, 대니엘 맥도널드가 주연을 맡았고, 아카데미 수상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첫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말의 모호함 때문에 지금까지도 해외 커뮤니티에서 "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꾸준히 나오는 영화다.
줄거리
동갑내기 로니와 앨리스는 열한 살 무렵, 같은 반 인기 많은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는다. 하지만 파티 도중 로니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란을 일으키면서 두 사람은 망신을 당한 채 쫓겨나고 만다. 우울하고 자존심이 상한 채 집으로 걸어가던 길, 두 소녀는 현관 앞 유모차에 혼자 남겨진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충동적으로 아기를 데려간 두 사람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이 사건은 아기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숨진 아기 올리비아는 그 도시 최초의 흑인 판사의 손녀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지역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고, 로니와 앨리스는 살인죄로 기소되어 소년원에 수감된다. 당시 이 아기의 시신을 처음 발견했던 신참 형사 낸시 포터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이후 실종 아동 사건을 극도로 꺼리게 될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다.
7년의 시간이 흐르고, 열여덟 살이 된 로니와 앨리스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려 애쓴다. 로니는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조용히 동네 베이글 가게에서 일하며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려 하고, 반면 앨리스는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하며 예전의 사교적인 성격을 되찾으려 하지만, 정작 과잉보호하는 어머니 헬렌과의 관계 속에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한 채 답답한 나날을 보낸다. 두 사람은 출소 이후 서로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 하지만, 좁은 동네에서 완전히 인연을 끊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비아와 놀랍도록 닮은 혼혈 여아 브리트니가 가족과 함께 쇼핑을 나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예전 사건을 담당했던 낸시 형사와 파트너 케빈 존스는 다시 수사에 나서고,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로니와 앨리스를 향한다. 처음에는 실종된 아이의 계부 데블린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수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낸시는 계속해서 이번 사건이 7년 전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결국 로니와 앨리스는 다시 한번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은근히 상대방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리는 엇갈린 진술을 내놓기 시작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영화는 현재 시점의 실종 사건과, 7년 전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담은 파편적인 플래시백을 번갈아 보여준다. 처음에 관객이 알고 있던 사건의 전말과는 다른 버전의 기억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고, 앨리스의 어머니 헬렌 역시 겉으로는 두 소녀 모두를 감싸는 인자한 미술 교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계속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앨리스는 소년원에 있던 시절 그곳 성인 직원과 얽혔던 과거를 감추고 있고, 이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영화는 단순한 실종 사건 수사극을 넘어, 누구의 기억과 진술을 믿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는다. 결국 낸시는 여러 갈래로 흩어진 단서와 증언들을 끈질기게 좇으며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서게 된다.
결말 해석 — 두 개의 반전,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화자
이 영화의 결말이 유독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누구의 기억이 진실인가"를 끝까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흩어진 단서들을 모아보면 대략적인 그림은 이렇게 정리된다.
7년 전 사건의 진실: 영화 중반, 앨리스의 어머니 헬렌의 기억을 통해 새로운 버전의 사건이 드러난다. 실제로 아기를 살해한 건 로니였지만, 그건 앨리스가 로니를 협박하며 강요한 결과였다. 앨리스는 자신이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도록 특정 시간에 아기를 죽이라고 로니에게 지시했고,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헬렌은 오히려 로니에게 앨리스의 이름이 적힌 장난감을 범죄 현장 근처에 놓아두게 해서, 앨리스도 함께 처벌받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사건의 진실: 소년원에 있던 시절 앨리스는 그곳 성인 직원 로드리고와 관계를 가져 혼혈 아이를 낳았지만 바로 입양을 보내야 했다. 출소 후 가구점에서 우연히 브리트니를 본 앨리스는 이 아이가 자신이 낳은 친딸이라고 착각(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해서 데려간 것으로 그려진다. 결국 앨리스는 체포되지만, 끝까지 브리트니가 자신의 친딸이라 주장하며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이어가고, 결국 실질적인 처벌 없이 집행유예 수준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고, 죄책감에 짓눌려 있던 로니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장 논쟁적인 지점은 마지막 장면이다. 시청 앞에서 언론을 상대로 자신을 피해자처럼 포장하는 앨리스를 지켜보며 형사 낸시가 "쟤보다 더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라고 말한 뒤, 화면은 선글라스를 쓴 헬렌이 건물을 나서는 모습과, 유모차 위의 아기를 내려다보는 어린 시절 앨리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비춘다. 이 장면은 명확한 설명 없이 "어쩌면 그 최초의 유괴를 주도한 것도 로니가 아니라 앨리스였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헬렌 역시 이 모든 진실을 처음부터 알고도 조종해왔을 수 있다"는 의혹을 동시에 암시하며 끝난다. 감독 에이미 버그는 인터뷰에서 이 결말이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이 영화는 사건의 진범을 명쾌하게 지목하는 대신, 기억과 진술 자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인지를 결말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리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앨리스의 방에서,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겉으로는 밝고 사교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앨리스지만, 그 일기장 속에는 또래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히 앨리스라는 인물의 내면을 설명해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 전체를 감싸는 흐릿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그러니까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교외 마을 아래 억눌린 감정들이 조용히 곪아가고 있다는 이 영화 특유의 정서가, 그 일기장 한 장면에 정확하게 압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장면 덕분에 앨리스라는 인물을 단순한 '거짓말쟁이 빌런'으로만 보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뒤틀린 방식으로 표출된 결과처럼 보였고, 그래서 결말에 이르러 그녀가 진실을 완전히 왜곡하면서도 어딘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그 이중적인 감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다이앤 레인이 연기하는 헬렌 역시, 겉으로는 다정한 예술 교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딸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 소름 끼치면서도 인상 깊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감독의 의도가 "믿을 수 없는 진실"을 그리는 데 있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 모호함이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반전이 반전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감정적으로 따라가기보다 "그래서 결국 누가 뭘 한 거지"를 정리하는 데 더 신경이 쓰였고, 이 때문에 결말의 여운이 오래 남기보다는 다소 흐릿하게 흩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가족과 마을 안에 숨겨진 감정의 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곱씹어볼 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