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드디어 보고 왔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연출했던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다섯 번째 스파이더맨 실사영화는, <노 웨이 홈>에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채 홀로 남겨진 피터 파커의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개봉 전부터 궁금했던 지점이 많았던 만큼, 실제로 보고 나니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 영화였다.
리뷰 — 기대 이상이었던, 성숙해진 스파이더맨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상의 스파이더맨이었다. 이번 작은 기존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 특유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그가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사건과 상실, 그리고 모두에게 잊힌 지금의 무거운 상황을 담아내는 동시에, 20대가 되며 조금씩 성숙해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시원한 웹스윙과 스파이더맨 특유의 액션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살아 있으면서도, 서사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챙겨서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안겨줬다. 동시에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영화였다.
이번 영화는 헐크와 퍼니셔 같은 다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스파이더맨을 중심에 둔 서사를 놓치지 않고 잘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작에서 피터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며 완전히 고독한 처지에 놓였는데, 이번 영화는 그 고독 속에서 홀로 괴로워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정면으로 비춘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고, 동시에 자신의 몸에 유전적 변화까지 겹치며 시련은 배가된다. 여기에 더해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린 MJ를 지켜봐야 하는 피터는 정신적으로 점점 벼랑 끝에 몰린다.
피터에게 찾아온 유전적 변화, 즉 진화는 어쩐지 베놈을 떠올리게 만든다. 힘은 강해지고 감각은 예민해지지만, 동시에 성격이 매우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변화를 어떻게든 억누르려 애쓰지만, 결국에는 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제어해내는 과정이 스파이더맨의 내면적 성숙과 함께 맞물려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피터의 정신적 위기와 그것을 극복해가는 서사는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밀도 있게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MJ가 피터의 이야기를 알게 된 뒤, 자신은 피터가 기억하는 그 MJ가 아니며 그런 기억도 감정도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냉정하게 말하는 장면은, 피터에게도 관객에게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아주 현실적인 장면이었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진 그레이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녀의 서사 자체는 사실 다소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히어로인 스파이더맨과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며 함께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영화 속에서 보여준 능력과 함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두 인물이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된 만큼,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여기에 X맨의 합류와 극 중 등장하는 '유전자 억제 장치'라는 설정은, 앞으로 공개될 영화들을 향한 커다란 떡밥을 자연스럽게 던져놓았다. 정리하자면 이번 영화는 산전수전 다 겪은 스파이더맨이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동시에, MJ와의 관계도 어느 정도 매듭짓는 이야기였다. 동시에 진 그레이와 X맨, 유전자 억제 장치 같은 앞으로의 떡밥까지 곳곳에 심어놓은, 여러모로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관전 포인트 — 뿌려진 떡밥과 앞으로의 전개
이번 영화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스파이더맨 개인의 서사를 완결 짓는 동시에 MCU 전체의 다음 단계를 향한 문을 열어젖혔다는 점이다. 진 그레이의 등장으로 사실상 X맨이 MCU에 정식으로 편입됐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고, 유전자 억제 장치라는 설정 역시 앞으로 뮤턴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세계관의 규칙을 미리 깔아두는 장치로 읽힌다. 피터의 몸에 일어난 유전적 변화가 뮤턴트화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영화 한 편만으로 소비되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후 공개될 작품들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이번 작이 <노 웨이 홈>에서 만들어낸 '모두에게 잊힌 히어로'라는 무거운 정서를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그 정서를 통과해 성장으로 이어지는 서사로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슬픔에 잠식된 소년이 아니라, 상실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성인으로서의 스파이더맨을 그려낸 방식이 이 영화를 단순한 속편 이상의 작품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총평
이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액션의 쾌감과 서사의 밀도를 모두 놓치지 않은,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스파이더맨 영화였다. 피터 개인의 성장담으로도, MCU 전체를 향한 이정표로도 제 몫을 다한 작품이라,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