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내일, 완전히 새로워진 스파이더맨이 온다 - 홈커밍부터 노 웨이 홈까지
<홈커밍>에서 피터는 그저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이었다. 토니 스타크에게 슈트를 빼앗기며 "슈트 없이도 스스로 해낼 줄 알아야 한다"는 뼈아픈 조언을 듣고, 결국 벌처를 스스로의 힘으로 잡아내며 진짜 히어로로 각성한다. 이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을 거치며 '블립' 사건이 벌어지고, 5년 만에 돌아온 세계에서 피터는 하나뿐인 멘토였던 토니를 완전히 잃는다.
<파 프롬 홈>에서는 토니가 남긴 이디스 안경을 짊어진 채 유럽 여행을 떠난 피터가, 새로운 멘토로 믿었던 미스테리오에게 철저히 속아 넘어간다. 결국 미스테리오를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대가로 피터의 정체가 전 세계에 공개되며 인생이 통째로 무너진다.
그리고 <노 웨이 홈>. 정체를 잊게 해달라며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간 피터의 욕심 때문에 주문이 꼬이고, 멀티버스의 균열 사이로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일렉트로, 샌드맨, 리자드 같은 전설적인 빌런들과 토비 매과이어·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까지 넘어온다. 모든 빌런을 치료해 돌려보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노먼 오스본의 인격이 돌아와 메이 숙모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최악의 비극을 겪는다. 결국 피터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존재를 지우는 주문을 완성시키고,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홀로 뉴욕을 지키는 이름 없는 히어로가 되며 3부작은 끝난다. 이 지점이 바로 <브랜드 뉴 데이>의 출발선이다.
기대되는 점 — 이번 작이 기다려지는 이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피터의 몸에 일어나는 통제 불가능한 변화다. 예고편만 봐도 웹슈터가 오작동하고, 몸에서 제멋대로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고, 눈이 새까맣게 변하는 장면이 짧게 스치는데, 이게 단순한 파워업이 아니라 피터 스스로도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태로 그려지는 듯해서 흥미롭다. 영화는 이 변화를 'DNA 변이로 통제 불가능한 힘을 얻으며 더 깊은 혼란에 빠지는' 상황으로 소개하고 있다.
빌런 라인업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강력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콜피온, 절제된 통제력으로 숨통을 조여오는 툼스톤, 거침없는 전투력의 부메랑과 타란튤라, 고대부터 이어져 온 무자비한 조직 핸드까지 서로 다른 결의 빌런들이 동시에 등장한다고 하니, 한 명의 빌런에게 서사가 집중되던 이전 3부작과는 결이 다른 난전이 펼쳐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빌런이 나오는 만큼 누가 진짜 이번 영화의 중심 빌런이 될지 예측이 잘 안 된다는 점이 오히려 기대를 높인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정체가 베일에 싸인 최종 빌런이다.이 정체불명의 악당은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고, 유일하게 피터 파커의 존재를 기억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데스틴 크리튼 감독은 이 빌런을 두고 "스파이더맨은 감각으로만 느껴질 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와 마주한다"고 설명했다.오랫동안 팬들 사이에서는 이 역할이 미스터 네거티브일 거라는 추측이 이어져 왔는데, 가장 최근에는 이 빌런이 진 그레이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코믹스 팬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가운 캐스팅이 될 것 같다.
조력자 라인업도 반갑다. 헐크와 퍼니셔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특히 퍼니셔는 그동안 드라마 시리즈에서만 활동해온 캐릭터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 처음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이 피터의 편에 서줄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순간 등을 돌릴지도 지켜볼 포인트다. 여기에 더해 MJ와 네드가 스스로 잊어버린 피터를 다시 기억해낼 수 있을지, 그 감정선도 액션 못지않게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걱정되는 점, 그리고 남은 떡밥들
기대만큼 걱정도 있다. 우선 이렇게 많은 빌런이 한 번에 등장하는 구성이 자칫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스콜피온, 툼스톤, 부메랑, 타란튤라, 핸드에 미스터리한 최종 빌런까지 더해지면 인물 각각의 서사를 충분히 담아내기 쉽지 않을 텐데, 과거 <스파이더맨 3>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너무 많은 빌런을 욱여넣다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전례가 있어서 내심 걱정되는 부분이다.
번역 이슈도 눈에 밟힌다.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자막을 전담해온 번역가 황석희가 이번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번역 퀄리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메이 파커를 기존과 같이 '큰엄마'로 부르는 등 기존 번역 체계는 어느 정도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 구조에 대한 걱정도 있다. <노 웨이 홈>에서 이미 '모두에게 잊힌 피터'라는 설정을 강렬하게 소비했는데, 이번 작 역시 비슷한 정서(고립, 상실, 홀로 싸우는 히어로)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자칫 반복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다만 이번에는 '슬픈 소년이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걸 잃은 히어로가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로 방향을 튼다고 하니, 정서적으로는 결이 다르게 풀리길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들도 여럿이다. 최종 빌런의 정체는 무엇인지, 앤드류 가필드나 마이클 키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의 출연설이 실제로 실현될지,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시간대가 겹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번 작이 그 사건과 어떻게 연결될지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내일 극장에서 이 모든 궁금증이 얼마나 시원하게, 혹은 여운 있게 풀릴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