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줄거리
이야기는 전통적인 종이 패션 잡지인 '런웨이'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하면서 시작됩니다.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트리 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 틱톡, 숏폼 콘텐츠 등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패션계를 장악해가는 새로운 젊은 세력들로부터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입니다.
앤디는 저널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직장에서 잘릴 절체절명의 위기 에 직면합니다. 이때 뜻밖의 돌파구이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찾아오는데, 바로 과거 자신이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 했던 패션 매체 '런웨이'의 디지털 미디어 부서 로 고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잡지사의 몰락을 막고 새로운 활로를 위해 앤디가 전격 스카우트된 셈이죠. 1편의 '풋내기 비서'가 아니라, 이제는 미란다와 같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용된, 예전보다는 훨씬 높은 위치에서 다시 미란다를 마주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앤디의 노력과는 별개로 잡지사 '런웨이' 자체가 매각될 위기에 처하고, 미란다와 앤디는, 파멸을 막기 위해 일시적인 동맹을 맺습니다.
두 사람은 화려한 패션 위크 무대 뒤에서 치열한 정보전과 두뇌 싸움을 벌이며 배후 세력을 멋지게 단죄하는 데 성공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런웨이'는 앤디의 감각이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온·오프라인 통합 매체로 성공적인 변신을 마치고, 미란다는 앤디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합니다. 앤디 역시 미란다에게 "당신은 여전히 최고의 악마"라는 경의를 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패션 제국을 이끌어나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리뷰
이전과 다르게 이번 영화는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 속에서 위기를 맞는 앤디와 미란다를 비춥니다. 가장 짜릿한 관전 포인트는 역시 미란다와 앤디의 재회입니다. 옛 상사의 그늘 아래로 다시 기어 들어가 숨 막히는 독설을 견뎌내야 하는 앤디의 고군분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맹목적인 복종이 아닙니다. 폐간 위기에 처한 전통 잡지 '런웨이'를 살리기 위해, 미란다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과 앤디의 영리한 디지털 혁신이 사사건건 부딪치고 조율되는 과정은 묘한 전우애를 자아내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전편의 앤디는 사회초년생으로서, 미란다의 비서로서 까칠하고 말도 안되는 요구에도 술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는 '언더독'의 반란이었다면, 이번에는 훨씬 성장한 뒤 미란다에게 능력을 보여주고, 미란다와 함께 더욱 거대한 세력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물론 세련된 패션과 화려한 의상, 오피스 룩 등 다양하고도 아름다운 패션을 선보이며 이 영화의 매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 전개나 갑작스러운 회장의 죽음, 앤디의 능력이 너무 출중해 모든 일을 쉽게 처리하는 느낌은 아쉬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전편에 비해 앤디가 정말 고군분투하여 위기를 넘기는 모습보다는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고 엄청난 글쏨씨로 모두를 사로잡아버리는, 뭔가 위기를 극복하는 맛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스크린 장악력만으로도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1편을 보며 함께 울고 웃었던 관객들이라면, 어느새 베테랑이 되어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성장과 연대에 깊은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주제에 대해: 뉴미디어의 시대
영화의 주 무대인 패션 잡지 '런웨이'는 전작에서 패션계의 성서이자 절대적인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트리가 손가락 하나를 까닥하는 것으로 전 세계 패션 트렌드가 좌지우지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속편이 조명하는 현실은 냉정합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두꺼운 월간지를 사서 정독하지 않으며, 인스타그램 피드나 틱톡의 숏폼 콘텐츠를 통해 실시간으로 패션을 소비합니다. 종이 잡지의 매출 급감과 광고 철회로 인한 '런웨이'의 폐간 위기는, 전통 매체가 가진 권위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잘릴 위기의 기자에서 '런웨이'의 디지털 미디어 부서로 고용된 앤디 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그녀는 직관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독자들과 소통을 이끌고, 이를 통해 잡지가 살아날 새로운 활로를 찾아갑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에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에서도 잡지 '런웨이'를 살리기 위한 노력과 욕망은 앤디의 미란다의 재회와, 이후 협력까지 이끌어내는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영화는 깊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다만 희망을 보여줄 뿐이죠. 어쩌면 아쉬운 점일 수 있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앤디와 미란다의 협력에, 미란다의 변화까지도 보여주는 이 속편, 팬들에게는 충분히 훌륭한 속편이었습니다. 의 미디어와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온·오프라인 통합의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세련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