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헤일메리> 줄거리
영화는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거대한 목적도,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우주선 안에서 홀로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그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함께 동면했던 동료들은 모두 숨진 상태였고, 우주선은 지구에서 까마득히 떨어진 낯선 성계에 진입해 있었죠.
그레이스는 우주선 안에서 과학적 실험과 추론을 거듭하며 서서히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지구는 현재 '아스트로파지(Astrophage)'라는 미지의 외계 미생물 때문에 태양 에너지를 빼앗겨 빙하기를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전 세계는 힘을 합쳐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우주선 '헤일메리호'를 건조했고, 과학자였던 그레이스가 이 절박한 자살 임무에 투입되었던 것입니다. 아스트로파지의 위협 속에서도 유독 빛을 잃지 않는 항성 '타우 세티'로 가 그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그의 임무였습니다.
고독하게 연구를 이어가던 그레이스 앞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납니다.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지적 생명체의 우주선과 마주치게 된 것이죠. 그곳에서 만난 외계 생명체는 거미를 닮은 외형에 소리로 소통하는 존재로, 그레이스는 그에게 '로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놀랍게도 로키의 모성 역시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멸망해가는 중이었고, 로키 또한 종족을 구하기 위해 홀로 타우 세티 성계로 찾아온 상태였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신체 구조를 가진 인간과 외계인은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기묘한 우정을 쌓아가며 협력하기 시작합니다. 두 존재는 과학적 지식을 나누며 마침내 아스트로파지를 억제할 수 있는 천적 미생물을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갈 연료가 부족해진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그레이스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자신의 생존과 인류의 구원, 그리고 목숨을 걸고 함께해 준 외계인 친구 로키의 운명 사이에서 그레이스는 숭고한 결단을 내리며 경이로운 우주적 여정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리뷰
👎👎로키식으로 좋다는 뜻입니다.
경이로운 우주적 상상력과 숭고한 우정으로 가득찬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부 기억은 잃은 그레이스가 실험과 추론을 통해 자신의 임무와 인류의 위기를 떠올리는 과정은 단순히 인류의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지구가 실제로 멸망해가는 위기 앞에서 뭉치는 인류와, '과학'이라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스트로파지'를 탐구하는 과정을 장르적인 흥미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과학적인 상상력과 탐구에 그치지 않고, 영화는 또 한가지 묵직한 것을 던집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인간 '그레이스'와 외계 생명체 '로키'의 만남과 교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와 신체 구조를 가진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소통 방식을 학습하고, 마침내 서로를 깊이 신뢰하게 되는 과정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따뜻한 감동이 있습니다. 거미를 닮은 기괴한 외형의 로키가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귀여운 친구로 느껴지는 기묘한 연출과 시각효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영리한 각본을 제외하고라도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우주'라는 차갑고 조용한, 그러나 아름다운 공간을 화려하면서도 절제있게 표현합니다. 인터스텔라나 마션 같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우주의 아름다움,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차가운 우주 속, 서로의 종족이 전부 멸망할 수 있는 위기 앞에서 낯선 존재와 우정을 키우고 위기를 헤처나가는 따뜻한 이야기는 SF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작
영화의 감동을 활자로 더욱 깊게 느끼고 싶으시다면, 원작 소설인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꼭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영화가 시각적인 경이로움과 웅장한 사운드에 집중했다면, 소설은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치열하고 유쾌한 과학적 추론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담아냈습니다.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원작에서의 주인공의 과학적인 추론 과정은 꽤나 생략된 것들이 많습니다.
과학을 모른다고 망설이실 필요도 크게 없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입니다.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꽤 묵직한 과학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이것들이 복잡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직관적인 도구로 쓰입니다. 마치 독자가 주인공과 함께 거대한 우주 방탈출 게임의 암호를 풀어나가는 듯한 지적인 쾌감을 줍니다.
영화에서 시청각적으로 구현된 외계인 친구 로키 와의 교감 역시 소설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텍스트로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언어 체계가 완전히 다른 두 지성체가 수학과 과학이라는 우주적 공용어를 통해 서서히 대화의 주파수를 맞춰가고, 툴툴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사이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은 소설로 읽을 때 더욱 깊은 뭉클함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