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대작들이 쏟아진 2026년 올해도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났지만, 하반기에 쏟아질 라인업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 거장의 오랜만의 신작부터 마블 최대 이벤트까지, 장르도 국적도 제각각인 다섯 편을 순위 없이 골라봤다.
1. <인시디어스: 그들이 넘어왔다> — 8월 20일
2010년 시작된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지금까지 이어지면서도 조금씩 결이 바뀌어왔다. 1편과 2편은 램버트 가족을 중심으로 영매 엘리스 레이니어(린 셰이)가 활약하는 이야기였고, 3편과 4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엘리스의 젊은 시절을 다뤘으며, 2023년 <빨간 문>에서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가 일단락됐다. 이번 6번째 작품 <그들이 넘어왔다>는 램버트 가족 대신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 영적 능력을 지닌 젬마(아멜리아 이브)와 딸 마야(아일랜드 오스틴)를 주인공으로 세우면서도, 엘리스만큼은 계속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물로 남겨뒀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죽은 자들의 영역 '더 퍼더'와 현실을 잇는 통로를 사악한 존재들이 발견하면서, 젬마 자신이 악령들이 인간 세상으로 넘어오는 매개체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놓인다.
가장 기대되는 지점은 역시 시리즈 역대 악령들이 총출동한다는 예고다. 1편에서 관객을 트라우마에 빠뜨렸던 '립스틱 페이스'를 비롯해 그동안 시리즈 곳곳에 등장했던 존재들이 다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니, 팬 입장에서는 마치 인시디어스 유니버스의 총집합편을 보는 기분일 것 같다. 주인공이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앞으로 램버트 가족 없이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2.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 8월 26일
1980년대 미국의 평범한 교외 마을이 폭풍우가 치던 어느 날 밤 통째로 공룡시대로 옮겨진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신선한 재난 서바이벌물이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의 이력을 보면 이 영화가 더 흥미로워지는데, 그는 그동안 <팔로우>, <언더 더 실버 레이크> 같은 저예산 인디 영화에서 관객의 불안감을 서서히 조여오는 방식으로 자극해온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J.J. 에이브럼스의 배드 로봇과 손잡고 IMAX 상영까지 예고된 대형 SF 어드벤처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신이 될 것 같다.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단순한 공룡 스펙터클이 아니라 '가족이 낯선 세계에서 서로를 지켜내는 이야기'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앤 해서웨이와 이완 맥그리거가 각각 엄마 드니즈, 아빠 그렉을 맡아 사춘기 자녀들과 함께 생존을 도모하는데, 이 두 베테랑 배우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기대 포인트다. 인디 감성으로 쌓아온 미첼 감독의 심리적 긴장감이 공룡이라는 스펙터클한 소재와 만나 어떤 색다른 재난 영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3.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 8월 26일 (북미 기준 8월 28일)
<글래디에이터>, <에이리언>, <마션>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피터 헬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선보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릴러다.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미국 인구 대부분을 몰살시킨 가까운 미래, 전직 민항 조종사 히그(제이콥 엘로디)가 콜로라도의 버려진 공군기지에서 은둔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래 주인공 히그 역에는 리들리 스콧의 전작 <글래디에이터 2>에서 호흡을 맞췄던 폴 메스칼이 캐스팅될 예정이었으나 다른 작품과 일정이 겹치며 제이콥 엘로디로 교체됐고, 조시 브롤린은 히그와 동맹이자 때로는 긴장 관계에 놓이는 생존 파트너 뱅글리를, 마거릿 퀄리는 새로운 희망이 되는 인물 시마를 연기한다.
리들리 스콧이 이미 <마션>과 <에이리언> 시리즈로 광활하고 척박한 공간에서의 생존을 여러 번 다뤄본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외계 행성이나 우주가 아닌 팬데믹 이후의 지구라는 훨씬 현실적인 공간에서 그 특유의 스케일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궁금하다. 예고편만으로는 단순한 재난 서바이벌이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이어지는 인연과 희망을 담아내는 성찰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30번째 장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감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4. <경주기행> — 8월 26일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네 모녀로 분한 가족 복수극이다.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의 생일을 맞아, 엄마 옥실과 세 언니는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화목해 보이는 가족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들이 탄 봉고차 트렁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실려 있고,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은 힐링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복수다. <갈매기>로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았던 김미조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맡아, 네 모녀가 공유하는 상실과 분노를 복수극이라는 장르 안에 녹여냈다고 한다.
캐스팅 조합 자체도 상당히 흥미롭다. 이정은과 공효진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다시 모녀로 만나고, 이정은과 박소담은 <기생충> 이후 다시 한 화면에 선다. 둘째 딸 영주(박소담)가 법대 출신 엘리트지만 지금은 백수로 지내며 복수 계획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전략가로 등장한다는 설정도 눈에 띄는데, 화목한 가족 여행처럼 보이는 겉모습과 그 안에 감춰진 서늘한 목적 사이의 낙차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가 될 것 같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서스펜스를 함께 예고하고 있어서, 최근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결의 여성 서사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5. <어벤져스: 둠스데이> — 12월
멀게 느껴지지만 벌써부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초대형 이벤트다. 원래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로 예고됐던 이 시리즈는 배우 논란으로 캉 역할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둠스데이>로 방향을 틀었고, 그 자리를 채운 게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아이언맨으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그가 이번엔 정반대의 자리, 즉 마블 코믹스 최대의 빌런 중 하나인 닥터 둠으로 돌아온다는 소식 자체가 발표 당시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멀티버스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여파, 그리고 <로키> 시리즈가 정리해둔 시간대 붕괴 떡밥까지 더해지면서, 이 영화가 그동안 흩어져 있던 여러 시리즈의 떡밥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자리가 될 거라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어벤져스뿐 아니라 엑스맨, 판타스틱 포, 와칸다까지 마블이 그동안 각기 다른 시리즈로 쌓아온 세계관을 한 영화 안에 모두 모으는 초대형 크로스오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루소 형제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도 안심되는 지점이다. 개봉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캐스팅 소식과 예고편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계속 화제의 중심에 설 것 같은 작품이라 지금부터 챙겨봐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니 장르도, 국적도, 스케일도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이 감독이, 혹은 이 배우 조합이 왜 이 도전을 택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극하는 작품들이다. 개봉이 다가오는 대로 하나씩 더 깊게 다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