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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4

놀란은 왜 자꾸 기억을 부수는가 — '메멘토'부터 '오디세이'까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몇 편이고 곱씹다 보면 이상한 패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기억과 씨름한다. 기억을 잃었거나, 기억을 조작하거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거나. 그런데 이 기억의 문제는 늘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뒤에는 항상 죄책감이 따라붙는다. 놀란에게 기억이란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어떻게 감당하고 왜곡하고 결국 마주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이 테마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 작품, , , 그리고 최근작 를 통해 놀란이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 보려 한다.'메멘토' — 기억을 잃은 자가 만들어내는 죄2000년작 는 놀란이 처음으로 기억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 2026. 8. 11.
콜로세움에 돌아온 검투사, '글래디에이터 2'-줄거리, 리뷰 줄거리전편으로부터 16년이 흐른 시점, 한노(폴 메스칼)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자가 아프리카 누미디아 왕국에서 아내와 평화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로마 장군 마르쿠스 아카키우스(페드로 파스칼)가 이끄는 군대가 누미디아를 침공하면서 그의 아내는 목숨을 잃고, 한노는 포로로 붙잡혀 로마로 끌려간다. 그는 검투사 양성소를 운영하며 무기상으로도 활동하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에게 팔려가고, 마크리누스는 한노의 정체가 사실 루키우스, 즉 전편 주인공 막시무스와 루실라(코니 닐슨)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당시 로마는 잔인하고 변덕스러운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킹거)가 다스리고 있다. 한노는 원숭이 무리와의 사투, 상어가 풀린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모의 해전 등 점점 더 잔혹.. 2026. 8. 11.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 줄거리, 리뷰 —재취업을 위한 몸부림 줄거리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유만수(이병헌)는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만하면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이었지만, 어느 날 회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를 받는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 그의 인생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만수는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필사적으로 '문 제지'라는 회사에 이력서를 들이밀지만 반장 선출(박희순) 앞에서 굴욕만 당하고 돌아선다.자신이야말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재라고 확신하는 만수는 점점 뒤틀린 결심을 하게.. 2026. 8. 10.
영화 '듄: 파트2'-선택받은 구원자, 혹은 만들어진 신화-줄거리, 리뷰 줄거리전편에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밀명을 받은 하코넨 가문과 사다우카 군대의 기습으로 몰살당한다.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와 그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겨우 목숨을 건져 아라키스의 사막으로 도망치고, 그곳에서 원주민인 프레멘과 조우하며 전편이 마무리됐다.2편은 이 지점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폴과 제시카는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가 이끄는 프레멘 부족에 받아들여지고, 폴은 그들의 방식을 익히며 '무앗딥'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거대한 모래벌레를 직접 타는 시험을 통과하며 프레멘 사회에서 인정받고, 프레멘 전사 챠니(젠데이아)와도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한편 제시카는 '생명의 물'을 마시고 베네 게세리트 대모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뱃속의 딸 알리아까지 의식을 갖게 되는 기이한.. 2026. 8. 10.
'오디세이' 이전에 트로이 전쟁, 브래드 피트의 '트로이'를 다시 보다 놀란 감독의 를 봤다면 작중 계속해서 언급되는 '트로이 전쟁'에 대해 궁금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트로이 전쟁이라고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04년작 .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우스를 맡아 화제를 모았던, 그 시절 할리우드 대서사시의 대표주자다. 오디세이아의 전편 격인 작품이기도 하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다시 꺼내보게 됐다.줄거리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트로이로 데려온다. 이 사건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를 격분시키고, 그의 형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은 이를 명분 삼아 그리스 전역의 왕들을 규합해 트로이 원정에 나선다. 사실 아가멤논에게는 오랫동안 눈엣가시였던 트로이를 정복하려는 야심이 있었고.. 2026. 8. 9.
'오디세이' vs 오디세이아 — 놀란이 원작에서 무엇을, 왜 바꿨을까 지난 글에서 관람 후기를 남겼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원작 오디세이아와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따로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단순한 각색 차원을 넘어, 놀란 감독이 왜 그렇게 바꿨는지를 살펴보면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서사 구조의 차이 — 기억을 잃은 오디세우스원작 오디세이아도 사실 시간순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가 이미 칼립소의 섬에 7년째 붙잡혀 있는 시점에서 시작해, 이후 그의 과거 모험담을 회상 형식으로 들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원작의 오디세우스는 모든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며, 파이아케스족 앞에서 스스로 담담하게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반면 영화는 여기에 '기억 상실'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치를 얹었다.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와 함께 살면서.. 2026.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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